에이전시 대표가 단가를 못 올리는 건 배짱 문제가 아니에요
작년보다 프로젝트가 늘었는데, 왜 남는 게 없는 걸까요.
바쁘게 일했고, 계약도 꽤 됐는데 막상 연말에 통장을 보면 기대보다 한참 못 미쳐요. 원인을 찾으려고 하면 뭔가 명확하지 않아요. 그냥 "단가가 낮아서"라는 말만 맴돌고, 단가를 올리자니 "그러면 클라이언트가 다 떠나지 않을까" 하는 불안이 바짝 따라붙어요.
그래서 결국 오늘도 비슷한 단가로 견적을 넣어요.
에이전시 단가, 왜 올리려 해도 멈칫하게 될까요
흔히 단가 협상을 못 하는 걸 "영업 자신감이 부족해서"라고 진단해요. 그런데 실제로 들여다보면 조금 다른 이야기가 나와요.
단가를 올리자고 마음먹었을 때 가장 먼저 막히는 게 있어요. "그래서 얼마를 올려야 하지?" 라는 질문이에요. 이 질문에 답하려면 지금 단가가 적정한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해요. 근데 그 판단의 근거가 없어요.
"그냥 다들 이 정도 받는 것 같더라고요."
"예전에 한 번 올렸다가 잘렸던 적이 있어서요."
"클라이언트가 예산이 얼마라고 해서요."
전부 외부에서 들어온 기준이에요. 내 비즈니스 데이터에서 나온 기준이 아니에요. 근거 없는 단가는 올리기도 어렵고, 올린다고 해도 흔들리기 쉬워요. 클라이언트가 한 번만 "좀 비싸다"고 해도 바로 깎아주게 되는 이유가 여기 있어요.
프로젝트 마진을 모르면, 단가 협상 근거가 없어요
"감"으로 단가를 책정하면 프로젝트마다 기준이 달라져요. 비슷한 규모의 일인데 어떤 클라이언트한테는 500만 원을 받고, 어떤 데는 300만 원을 받아요. 그게 쌓이면 어떻게 되냐면, 내가 어떤 일로 얼마를 버는지 파악이 안 돼요.
데이터 기반 단가 책정이 거창하게 들릴 수 있는데, 핵심은 이거예요.
우선, 프로젝트별 실제 마진을 알아야 해요.
지금 대부분의 에이전시는 이걸 모르고 있어요. 견적 금액은 알아도, 외주 스태프비·툴 비용·미팅 시간을 빼고 실제로 얼마가 남는지는 계산해본 적이 없는 경우가 많아요. 같은 300만 원짜리 프로젝트라도 어떤 건 150만 원이 남고, 어떤 건 70만 원밖에 안 남아요. 이 차이를 모르면 어떤 프로젝트를 더 받아야 하는지, 어떤 클라이언트와는 단가를 조정해야 하는지를 판단할 수가 없어요.
마진을 알게 되면 그다음이 보여요.
클라이언트별 단가 히스토리예요. 지금은 같은 클라이언트와 세 번을 일해도 그 내역이 어딘가에 흩어져 있어요. "저번에 이 정도 규모로 이 금액 받았고, 이번엔 범위가 더 크니까 최소 이 정도는 올려야 한다"는 판단이 가능하려면, 지난 견적과 실제 작업 범위가 한눈에 비교돼야 해요. 히스토리가 없으면 매번 제로베이스에서 감으로 찍게 돼요.
거기다 하나 더요. 단가를 깎인 이력을 기록해두는 거예요. 잘 안 하는 이유는 기억하기 싫어서이기도 하지만, 적어둘 곳이 마땅치 않아서이기도 해요. 근데 이게 쌓이면 패턴이 보여요. "이 업종 클라이언트는 항상 20%를 후려친다"거나, "범위가 불명확할 때 협상력이 약해진다"는 식의 인사이트가 나와요. 마진을 모르면 히스토리가 무의미하고, 히스토리가 없으면 깎인 패턴도 안 보여요. 이 세 가지는 사실 하나로 연결되어 있어요.
단가를 꾸준히 올리는 에이전시는 협상 자리에 뭘 들고 갈까요
단가를 꾸준히 올리는 에이전시를 보면 공통점이 하나 있어요. 협상 자리에 근거를 들고 들어간다는 거예요.
"저희 이 유형의 프로젝트는 평균적으로 이 정도 소요됩니다. 비슷한 규모로 진행했던 사례를 보면 이런 항목들이 포함됐고, 그래서 이 단가가 나왔어요."
이 한 마디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커요. 근거가 있으면 클라이언트도 함부로 깎기 어려워요.
"비싸다"는 느낌이 아니라, "이 팀은 이런 기준으로 산출했구나"라는 인식이 생기거든요.
반대로 근거 없이 숫자만 던지면, 협상은 무조건 아래쪽으로만 움직여요.
"좀 깎아줘요"라는 말에 딱히 버틸 말이 없어서 그냥 깎아주게 돼요.
단가를 어디서부터 올릴지도 판단이 돼야 해요.
신규 클라이언트인가, 기존인가. 작업 범위가 명확한가, 모호한가. 이 판단을 데이터 없이 하면 또 감에 기대게 돼요. 마진율이 낮은 프로젝트 유형을 먼저 파악하고, 거기서부터 단가를 조정해보는 게 현실적인 시작점이에요. 전체를 한꺼번에 올리는 게 아니라, 가장 손해 보는 구간부터 메꾸는 거예요.
그런데 여기서 막히는 게 있어요.
이론적으로는 다들 알아요. 데이터 기반으로 단가를 책정해야 한다는 거. 근데 현실에서 잘 안 되는 데는 구조적인 이유가 있어요.
프로젝트마다 견적서를 따로 만들고, 계약서는 다른 파일에 있고, 정산은 또 다른 시트에 있어요. "이 프로젝트 마진이 얼마였지"를 알려면 이 파일들을 하나하나 열어서 직접 계산해야 해요. 바쁜 와중에 그 일을 별도로 하기가 쉽지 않아요.
결국 데이터를 쌓으려는 의지는 있는데, 기록이 흩어진 구조에서는 안 쌓여요.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예요.
단가를 올리는 건 배짱의 문제가 아니에요. 데이터가 쌓이는 구조가 먼저 있어야, 협상 자리에서 자신 있게 숫자를 제시할 수 있어요. 그 구조를 갖추는 것 자체가 단가 전략의 시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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